경소경은 이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고 진몽요는 그 점이 만족스러웠다. 사실 달래주면 되는 문제였는데 왜 그는 애초에 그런 태도였던 걸까? 그녀는 핸드폰을 그에게 돌려주었다. “가져 가요!” 분위기는 이미 풀어졌고 경소경의 사고도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. 그는 이제야 어떻게 하면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지 알았다. “화 풀렸어요? 나는 걔 문자 답장해 줄 생각도 없었고 연락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어요. 그러니까 당신도 예군작 멀리해요. 앞으로 기분 안 좋다고 혼자 집 나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우리 같이 해결해요. 온연네 집에 가서 또 씩씩거리지 말고요. 내가 만약에 찾아가서 당신이랑 싸웠으면 내 체면은 뭐가 됐겠어요? 당신은 정말 당신 없는 동안 내가 잘 먹고 잘 잤다고 생각했어요? 난 계속 잠도 못 자고, 오늘 새벽 6시까지 버티다가 겨우 잠 들었어요. 주말엔 회사에서 연장근무 하는데 내가 한가한 줄 알았어요? 이제 그만 울어요, 내일 아침에 눈 붓겠어요.” 진몽요는 눈물을 닦았고 화는 이미 식어있었다. “그 말을 누가 믿어요, 날 찾으러 안 왔어도 전화나 문자 한 통 없었잖아요? 핑계 그만 대고… 나 좀 그만 눌러요, 당신 무거워요.” 그는 그녀의 작은 턱을 잡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. “당신 찾으러 갈까 생각했는데 참았어요. 당신도 안 왔잖아요? 이제 내가 무거워서 싫다는 거예요?”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. “저리가요! 잠 못 잤으면 계속 자요,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잖아요… 나도 자야겠어요… 졸려 죽겠네…”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. “진짜 졸려요? 난 왜 당신이 안 졸려 보이지? 아까 싸울 때 소리지르는 거 보니까 하나도 안 졸려 보이던데. 속담 중에, 하루만 못 봐도 삼 년을 못 본 것과 같다 라는 말이 있는데, 무슨 말인지 알아요?” 그녀는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. “몰라요!” 그는 여유롭게 상의를 벗었고,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. “난 알아요.” 어두운 불빛아래 그녀는 희미하게 그
경소경은 단호하게 예군작의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침대에 누웠다. 그는 더 이어서 할 흥미가 떨어졌고 오히려 피곤이 밀려왔다. 이 이틀동안 그는 거의 눈을 감은 적이 없었다. “일찍 자죠, 내가 좀 피곤해서…” 말을 하면서 그는 이미 눈을 감았다. 진몽요는 살짝 실망했고 순간 그가 또 화가 난 건지 정말 피곤한 건지 헷갈렸다.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었는데, 예군작의 문자를 보자마자… 하지만 곧 그녀는 그가 정말 피곤해서 라는 걸 알았다. 그녀가 그를 발로 건드려봤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그녀의 다리를 잡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. 목가네. 온연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며 깊게 생각했다. 아까 경소경의 말투만으로 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없어서 목정침에게 물었다. “두 사람 화해했을까요? 아까 경소경이 전화를 받아서요.” 목정침은 그녀의 핸드폰을 뺏어 저 멀리 두었다. “진몽요 대신해서 전화까지 받았으면 화해 한거지. 너무 걱정하지 마. 지금 거의 12시야. 싸울만큼 싸웠겠지. 소경이가 애도 아니고.”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누울 준비를 하려던 순간 배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. 큰 통증은 아니었지만 분명이 느껴졌다. 그녀는 유산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 이런 느낌에 익숙했고 그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. “목정침씨… 나… 방금 배가 살짝 아팠어요…” 목정침은 벌떡 일어나 앉아 불을 켰다. “지금은?”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식은 땀을 흘렸다. “모르겠어요… 아까 잠깐이었던 거 같은데, 무서워요.” 그는 일어나서 외투를 챙겼다. “가자, 지금 병원 가봐야 되겠어.” 온연도 불안한 마음에 두 사람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잠옷 위에 외투만 걸쳤다.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인기척에 유씨 아주머니가 일어났고, 두 사람이 이 새벽에 외출을 하자 이상해서 물었다. “늦은 시간에 어디 가세요?” 목정침은 조심스럽게 온연을 부축했고 눈은 그녀의 배에 고정되어 있었다. “연이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요. 지금 병원 가는 길이에요. 먼저
목정침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 입꼬리가 올라갔다. “그럼 저희 가 볼게요, 감사합니다 선생님.” 차로 돌아오자 온연의 불타던 얼굴도 점차 가라 앉았다. 그런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괜히 말로 꺼내니 분위기만 어색해졌다… 목정침은 그런 그녀에게 장난을 쳤다. “아까 얼굴 왜 빨개졌어?”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창 밖을 보았다. “그런 적 없는데요. 병원이 더운데 내가 옷까지 껴 입어서 더웠나보죠.” 새벽에 병원까지 다녀왔더니 다음 날 아침 목정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고 회사에 도착했을 땐 이미 10시였다.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비서 데이비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. “목 대표님, 진 사모님께서 사무실에 와 계십니다.” 진 사모님은 진함 밖에 없었다. 진함이 온연 몰래 그를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딱히 놀라지 않았다. “알겠어.” 사무실에 들어오자 진함은 잡지를 보고 있었고, 그를 보자 그녀는 일어나서 미소를 지었다. “오늘은 좀 늦게 오셨네요.” 그는 그녀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. “무슨 일이세요?” 진함은 망설이다가 말했다. “연이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요. 내가 직접 찾아가기엔 그렇고. 알잖아요, 지금 임신중이니까 내가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. 날 본다고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.” 목정침은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. “모르죠, 한번도 본 적 없는 할머니까지 받아주는 앤데,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르게 이미 마음이 풀렸을 지도 몰라요. 애가 생각보다 마음이 넓거든요.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. 뱃속에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. 어제 새벽에도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어요. 만나고 싶으면 가서 만나셔도 돼요.” 진함은 고개를 저었다. “아니에요, 잘 지내는 것만 알면 됐어요. 저는 그 할머니랑 달라요. 연이는 할머니랑 만난 적이 없어서, 버림받지도 않았고 원한도 없겠죠. 그렇지만 저는 그 애를 버렸으니 다르죠… 게다가 강연연까지 죄를 지었으니 나도 똑같이 그 애를 볼
강연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. 그녀는 진함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. 예전에 그녀가 잘못을 저지를 때면 진함은 적어도 화를 냈지만, 이번에 진함이 그녀를 감옥에서 빼내 줬을 땐 처음부터 끝까지 오히려 태연한 모습이었다. 온연도 진함의 딸이지만 당시에 버림받지 않았는가? 진함은 그만큼 냉혈한이었다… 그녀는 드디어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진함의 옷깃을 잡았다. “엄마… 잘못했어요, 다시는 안 그럴게요. 제가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. 그러니까… 정침오빠한테 아빠 좀 풀어 달라고 부탁해주면 안돼요? 아빠도 결국 저를 위해서 감옥에 간 거잖아요, 그러니까 제발요…” 진함은 강균성을 생각해도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. “내가 너를 구해준 것 만으로도 이미 큰 일을 한 건데, 네 아빠까지 구해줘야 하니? 넌 감옥이 다 네 맘대로 되는 줄 알아? 난 네 아빠를 풀어줄 만큼 바보야 아니야. 너 같은 흡혈귀는 하나로 충분해. 앞으로 편하게 살고 싶으면 내 말 듣고 해외로 나가서 공부해. 근데 내 말을 어기려는 순간 더 멀리 보내버릴 거야.” 강연연은 닭처럼 고개를 조아렸다. “네… 엄마 말 대로 할 게요,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… 대신…가기전에 정침이 오빠 한번만 만나고 가면 안될까요?” 진함은 고민도 안 하고 대답했다. “안돼! 걔는 온연의 남자야, 만나는 것은 물론 떠올리지도 마! 건들면 안 되는 건 건들지 말고, 못 갖는 사람에 대한 욕망을 버려. 차에 타고 얼른 집에 가!” 차창 너머로 강연연은 미련이 남은 눈빛으로 목가네 그룹 건물을 바라봤고,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이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.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진함의 착한 딸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목정침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. 그녀가 착한 딸로 산다면, 착한… 동생이 될 수도 있었다! 예가네 저택. 예군작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. 그는 차단 당한 일을 당연히 알았고, 진몽요가 이렇게
...... 새해 첫 날, 진몽요는 고민이 많아졌다. 원래대로라면 3일의 휴일동안 그녀는 경소경과 함께 경가네 공관에 가야하는 게 맞지만 경소경의 태도를 봐서는 안 갈 게 뻔했다. 새해 첫 날은 물론 설날에도 안 갈 것 같았다. 그녀는 일찍 일어나서 온연에게 도움을 청했다. “연아, 나 지금 어떡해야 되지? 새해 첫 날이라 경가네 공관에 가서 어머니도 보고 그러고 싶은데, 경소경씨가 일부러 죽은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해. 짜증나 죽겠어. 그 사람이 시부모님이랑 싸워도 나는 다르잖아. 내가 안 가면 좀 그럴 거 같은데 혼자 가기에도 좀 그래.” 이 일은 온연도 방법을 몰랐다. “네가 잘 설득을 하던지, 아니면 혼자 어색함을 무릅쓰고 경가네 공관에 가던지.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. 어차피 나한테는 그런 일이 안 생기니까~ 네가 전화 온 김에 나도 할머니한테 안부전화 드려야겠다. 경소경이랑 잘 얘기하고 네가 판단해봐.” 진몽요는 짜증을 참고 전화를 끊었고,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걷었다. “경소경씨, 일어나요. 오늘 새해잖아요. 그쪽 어머니랑 우리 엄마한테 인사는 하러 가야죠?” 경소경은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. “당신 어머니 보러 가는 건 되는데 우리 엄마는 그냥 넘어가죠.” 그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던 그녀는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. “당신 어머니잖아요! 친 엄마라고요! 그래도 한번 뵈러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? 평생 안 만날 거예요? 아버님이랑 사이 안 좋다고 해서 어머님까지 안 볼 셈이에요? 얼른 일어나요, 어머니 댁 가서 점심 먹고 저녁에 우리 엄마 보러 가요. 그리고 남은 이틀 잘 쉬면 되잖아요. 딱 이 정도 부탁만 들어줘요. 아니면 계속 괴롭힐 거예요.” 경소경은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. “말했어요, 나 우리 엄마 집 절대 안 가요. 강요하지 말아요. 다른 건 다 당신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이건 안돼요.” 진몽요는 결국 포기했다. 이럴 때 경소경은 돌처럼 완강해서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.
아래층. 온연은 고민하다가 진함의 번호를 찾았고, 목정침의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. 할머니와 재회를 하고 나서 다시 한번 가족의 정을 느꼈고, 그래서인지 그녀도 더 이상 진함의 대한 미움이 크지 않았다. 결국, 그녀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. ‘새해복 많이 받으세요.’ 진함은 문자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서 답장을 하고 다시 하던 일을 마저 했다. 그 일은 강연연의 짐을 싸주는 것. 오늘은 강연연의 출국 날이었고, 모든 건 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. 밖으로 나가기 전 강연연은 마지막으로 발버둥쳤다. “엄마… 저 졸업하기 전에 진짜 못 돌아오는 거예요? 저 진짜 가는데… 그래도 정침이 오빠 못 보고 가게 하실 거예요? 온연 보러 가는 셈치고 제가 멀리서 잠깐만 정침이 오빠 보고가면 안될까요?” 진함의 표정이 굳었다. “내가 전에 분명히 말했지 안된다고. 나도 온연을 보러 가지 않을 거고, 그러니 너도 목정침을 볼 일 없어.” 이 부분에서 그녀의 태도는 완강했다. 온연은 지금 임신중이니 절대 강연연이 가까이 가게 할 수 없었다. 강연연은 입술을 깨물었다. “알겠어요… 외국 가서 꼭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 인정받을 거예요. 그리고… 온연의 용서도 받을게요. 어쨌든 저희 다 한 가족이고 제 언니잖아요.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요. 제가 걔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아요.” 강연연의 입에서 이런 말을 처음들은 진함은 마음이 약해졌다. “네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좋은 거야. 온연은 지금 임신하고 있으니 네가 최대한 멀리해야 해.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네가 돌아오는 거 생각해 볼 게. 너가 걔를 언니로 인정할 수 있어도 걔가 너를 동생으로 인정할지는 모르잖아. 그리고 목정침은 네 형부니까 다른 생각 하지 마.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좋은 날들만 있을 거야. 내가 장담해.” 강연연은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. 그녀의 인생에서 원하던 걸 영원히 얻지 못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좋은 날들이 있을 수 있을까?
경소경은 어쩔 수 없었다. “여보세요?” 이어 이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 “왜 아직도 안 오세요?” 이 질문에 진몽요는 어리둥절했다. 설마 두 사람이 몰래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건가? 그녀는 경소경의 팔을 세게 꼬집었고, 경소경은 아픔을 참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. “어디를? 너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야?” 이순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. “공관이요, 저 어머님 아버님 뵈러 지금 여기 와 있거든요. 오늘 올 줄 알았는데, 왜 아직 안 오셨어요?” 경소경의 표정을 일그러졌다. “네가 거길 왜 가?” 이순은 전화 너머 하람이랑 대화를 했고, 들어보니 꽤나 친해 보였다. “안 온지 오래 됐잖아요, 예전에 어머님이 저한테 잘해 주시기도 했고, 그래서 뵈러 왔어요. 안 오실 거예요?”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. “난 안 가. 나 지금 몽요씨랑 그쪽 어머님 뵈러 갈 거야. 별 일 아니면 끊는다.” 그는 이순이 대답할 시간도 안 주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. 진몽요는 화를 삭이지 못했다. “얘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예요? 꼭 자기가 경가네 며느리라도 된 거처럼. 진짜 며느리인 나도 새해날 안 찾아뵀는데, 걔는 가다니,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! 경소경씨, 연락 안 한다면서 이게 연락 안 하는 거예요? 아주 그냥 당신 가족 전체를 다 휘두르고 있는데, 당신은 애를 집까지 데려 갔었어요? 이 나쁜 자식!” 경소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. “그건 예전이에요. 걔는 고아였고 우리 엄마도 다 불쌍해서 그런 거라고요. 그래서 설날에 두 번 데려간 거 빼고는 간 적 없어요. 나중에 연락 안 하게 되고 나서도 우리 엄마는 얘라는 사람도 까먹었을 텐데 자기 발로 다시 나타난 거 잖아요? 어차피 우리는 안 갈 거니까 마주칠 일도 없고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게 냅둬요. 나한테 화내지 말고요. 진짜 숨 막혀요…” 진몽요는 화를 참으며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. 더 얘기했다간 자신이 폭발할 것 같았다. 강령네 집으로 가는 길, 경소경은 세심하게 강령에게 줄 선물을 여
진몽요의 표정이 변하자 경소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. “이순, 너한테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다른 곳으로 좀 가 봐.” 전화 너머 주변이 점점 조용해졌고, 이순이 자리를 비킨 것 같았다. “무슨 일이세요? 왜 전화하셨어요? 오늘 안 오신다면서요?” 그는 차갑게 말했다. “앞으로 우리 집 가지마. 우리 부모님 가까이하지도 말고. 나한테도 다시는 연락하지 마.” 이순은 2초간 침묵했다. “왜요?”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. “왜냐면 난 너랑 엮이고 싶지 않아. 내 약혼녀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. 이정도 이유면 되겠어? 우리 연락 안 한지 오래됐었잖아. 네가 오늘 한 행동들 완전 불필요한 행동들이었어.” 이순은 소리 내어 웃었다. “하하, 저는 그냥 어머님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서 찾아온 것뿐이에요. 저를 싫어하시는 것 같지도 않고요. 맞다, 어머님이 저 보고 딸 하라고 하시던데. 괜찮으시면 오빠라고 부를 게요. 앞으로 볼 날 많을 거 같으니까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마세요. 진몽요는… 기분 상하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? 저랑 좋으셨을 때 걔랑은 알지도 못 하셨잖아요…” 진몽요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. “하… 이순, 너 진짜 염치가 없구나. 디저트 가게에서 일 할때는 그렇게 순진한 척하더니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. 너가 이 사람이랑 좋았으면 뭐? 이 사람이랑 만났던 여자가 너만 있는 것도 아니고 널렸는데, 네가 뭔데 자랑질이야? 염치없이 이 사람 집까지 찾아가고, 너 미친 거지? 이 사람 좋았었다는 말까지 하고, 너 진짜 생각이 없는 거니?” 이순은 경소경이 스피커폰을 켜고 있는 줄 몰라 진몽요가 이 모든 걸 다 듣고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 했다.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“본인이 안 왔잖아요. 어머님 아버님 생각도 안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이 하라는 법이 어딨어요?” 진몽요가 대답하려던 순간 하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 “몽요랑 소경이야?” 진몽요는 옷깃을 꽉 잡았다. 순식간에 그녀는 불효하는 며느리가 되었고,